최근 중국의 인공지능(AI) 기업들이 미국의 첨단 반도체 수출 규제를 우회하기 위해 말레이시아 등 해외로 대용량 데이터 하드디스크를 직접 운반하는 이른바 ‘트렁크 작전’을 벌인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수개월 준비, 4.8PB 데이터 직접 운반
올해 3월, 중국 베이징에서 출발한 4명의 엔지니어들은 각자 15개의 하드디스크(1개당 80테라바이트)를 들고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도착했습니다. 총 4.8페타바이트에 달하는 방대한 데이터로, 대규모 AI 언어 모델을 훈련시키기에 충분한 양입니다. 온라인 전송 시 대용량 데이터의 이동이 느리고 추적될 위험이 있어, 직접 운반 방식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들은 하드디스크를 나눠 소지해 말레이시아 세관의 의심을 피했고, 현지 데이터센터에서 엔비디아(Nvidia) AI 서버 300대를 임대해 데이터를 처리하며 AI 모델을 개발했습니다.
법적 회피 전략과 글로벌 우회
중국 기업들은 싱가포르에 자회사를 설립해 말레이시아 데이터센터와 임대 계약을 체결하는 등 복잡한 법적 구조를 활용해 규제의 사각지대를 노렸습니다. 싱가포르가 AI 기술 수출 통제를 강화하자, 말레이시아 현지 등록으로 전환하는 등 대응도 신속했습니다.
미국의 수출 규제는 물리적 반도체 칩에 집중되어 있지만, 클라우드 기반 컴퓨팅이나 데이터 처리에는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합니다. 이를 활용해 중국 기업들은 미국, 호주 등지의 클라우드 서버와 국제 브로커를 통해 엔비디아 H100 등 첨단 칩 성능을 계속 활용하고 있습니다.
말레이시아, 규제 강화 나서
미국 정부는 말레이시아 정부에 엔비디아 칩 관련 모든 물류를 모니터링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말레이시아는 250억 달러가 넘는 데이터센터 투자가 이어지자, 전담 태스크포스를 꾸려 규제 강화에 나섰습니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자국이 중국의 칩 우회 경로로 이용된다는 의혹에 단호히 부인하며, 국제 사회의 압박 속에 산업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입장입니다.
글로벌 규제의 허점
이처럼 글로벌 기술 공급망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각국의 규제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다양한 우회로를 찾아내고 있습니다. AI 개발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첨단 기술 통제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도 커질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