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의 열대우림은 오랫동안 자연적인 기후 완충 장치 역할을 해왔다. 빽빽한 숲의 수관(캐노피)이 햇빛을 차단하고 수분을 유지하면서 숲 바닥을 외부보다 더 시원하고 습하게 유지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기온 상승과 산림 파괴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이러한 보호 기능이 약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술지 Geophysical Research Letters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2050년까지 동남아시아 숲 내부의 그늘진 지면에서도 낮 최고기온이 1.4°C에서 2.1°C까지 상승할 수 있는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1984년부터 2014년까지의 기준 기간과 비교한 수치다. 연구진은 동남아시아 전역의 46개 숲 지역을 대상으로 지상 온도 측정 자료, 위성 데이터, 미래 기후 시나리오를 결합해 이러한 변화를 분석했다.
연구진은 숲 내부의 미세기후(microclimate)—즉 지면 가까이에서 형성되는 더 시원하고 안정적인 환경—가 점점 더 취약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라지는 숲의 ‘자연 냉각 시스템’
건강한 열대우림에서는 여러 층의 나뭇잎이 햇빛을 흡수하고 습도를 유지해 숲 내부의 기온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일반적으로 숲 내부 지면 근처의 온도는 주변의 개방된 공간보다 평균 약 1.6°C 정도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숲 수관이 얼마나 강력한 기후 조절 기능을 하는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이러한 자연 냉각 시스템이 점점 약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벌목, 농업 개발, 인프라 확장 등으로 나무가 제거되면 수관이 열리면서 햇빛이 숲 바닥까지 직접 도달한다. 그 결과 그늘과 습기가 줄어들고 지면 근처의 온도는 빠르게 상승한다.
연구진은 동남아시아 숲에서 수관 손실이 기후 변화로 인한 온난화를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숲의 덮개가 줄어들수록 열기가 숲 내부 깊숙이 침투하며, 그동안 많은 생물들이 의존해 온 서늘한 미세기후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압박받는 동남아시아 산림
동남아시아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베트남 등 여러 국가에 걸쳐 세계에서 가장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열대우림을 보유한 지역이다. 동시에 세계에서 산림 파괴 속도가 가장 빠른 지역 중 하나이기도 하다. 넓은 숲이 팜유 농장, 농경지, 도로 및 산업 개발로 전환되고 있다.
이번 연구는 이러한 변화가 숲 내부 온도에도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특히 온실가스 배출이 높은 시나리오에서는 2050년까지 상당수 숲에서 지면 근처 온도가 과거 범위를 벗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열대우림 생물들은 오랜 시간 비교적 안정적인 기후 환경에 적응해 왔기 때문에 작은 온도 변화에도 취약할 수 있다.
숲 속 생물다양성에 가해지는 열 스트레스
열대우림의 대부분 생물다양성은 낙엽층, 관목층, 토양 등 숲 바닥 가까운 곳에 집중되어 있다. 이 생물들은 일반적으로 숲 위쪽 대기의 높은 온도를 직접 경험하지 않는다. 수관이 자연적인 차단막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세기후가 따뜻해지면 이러한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기온 상승은 종의 서식 범위를 변화시키고 번식 주기를 교란하며 이미 서식지 감소에 직면한 생물들에게 추가적인 스트레스를 줄 수 있다.
연구진은 특히 이동 능력이 제한된 양서류, 곤충, 작은 식물 종이 가장 큰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더 시원한 환경으로 이동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기후 피난처가 될 숲 찾기
다만 모든 숲이 같은 정도로 따뜻해지는 것은 아니다. 고도, 지형, 수관 밀도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일부 지역은 여전히 더 안정적인 미세기후를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
연구진은 이러한 지역을 ‘기후 피난처(climate refuges)’로 식별하고 보호하는 것이 중요한 보전 전략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즉, 미세기후를 유지할 수 있는 숲을 우선적으로 보호하면 기온 상승 속에서도 많은 종들이 생존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연구진은 이러한 전략이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산림 파괴를 줄이고 온실가스 배출을 억제하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지 않으면 동남아시아 숲이 오랫동안 제공해 온 자연적인 냉각 기능은 계속 약화될 수 있으며, 숲 생태계는 점점 더 강한 열 스트레스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